밴프 근처 sundance lodge. Trapper's tent를 얻어 하룻밤을 지낸다. 군인 막사를 연상시키는 이 텐트엔 석유난로와 오일 램프만 갖춰져 있을 뿐 전기도 수도도 인터넷도 없다. 밥 해 먹고 모닥불 피워 앉으면 그닥 할 수 있는 게 없다.
빨래줄에 옷가지랑 수건을 대충 걸어 놓으니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. 석유난로를 켜니 막사 안이 훈훈해진다. 옛날에 금산 둘째 언니 집에 놀러 갔던 기억이 난다. 어린 눈으로 보기에도 걍 대충 지은 허름한 곳이었는데 딱딱한 나무 침대와 모기장, 오일램프가 있었다. 어둑어둑한 방안에서 창 밖으로 보이던 반딧불이의 군무, 휘둥그레 내려 앉은 보름달, 산 속의 밤이 얼마나 생경하면서도 얼마나 아름다웠는지. 몇 안 되는 어린 시절 기억이다.
하드 코어 캠핑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도 이런 경험이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. 전기도 물도 인터넷도 모두 갖추고 사는 우리의 삶이 사실 소수에게만 주어진 혜택임을, 느낄 수 있으려나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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