Friday, 24 June 2011

토네이도처럼 캔사스를 통과하다


미국이든 캐나다든 끝에서 끝으로 가고자 할 때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지역이 프레이리 (prairie), 대초원지대일 것이다. 콜로라도를 떠나 지나가는 캔사스 주가 여기에 속한다. 사방을 둘러봐도 산 하나 없이 그냥 끝도 없는 평지다. 면적으로 치면 남한의 딱 두 배인 땅이 그냥 납작한 평원인 게다. 오죽하면 별명이 "팬케잌 주" 일까.




캔사스 주는 밀을 주로 생산한다. 1990년엔 전 세계 인구에게 빵 여섯 덩어리 씩을 돌려도 될 만큼의 밀을 생산했다고 한다. 달리는 차창 밖으로 여섯 시간 동안 끝없이 펼쳐진 밀밭을 보았다. 고장난 영사기 덕에 필름이 계속 돌아가는 듯한 착각이 드는 풍경.




캔사스 주 끝에 와서 점심을 먹고자 들른 차이니즈 레스토랑. 그저 그런 맛. 밴쿠버 차이니즈 음식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말이 맞는 갑다. 밴쿠버에서 먹던 맛에 비하면 유치한 수준이다.
다 먹고 열어 본 fortune 쿠키 안에서 발견한 글귀, "동쪽으로의 여행을 통해 큰 보상을 얻을지라." 동쪽으로 가고 있는 우리에게 참으로 반갑고도 유쾌한 글귀가 아닌가. 식구 모두 놀라워하며 법석댔다.
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어린 딸이 묻는다.
....우리가 지금 동쪽으로 가는 거야? ...
아, 이 딸의 질문은 철학적인 것인가 지리학적인가? 잠시 헷갈린다.
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단 말인가.




캔사스 주 캠핑 장에서 머문 캐빈이다. 엉클 톰이 살았을 그런 분위기의 작은 오두막집. 그 안에 통나무 침대와 책상, 의자가 전부다. 너무나 간촐하고 불편할 수 있는 장소지만 숙면은 절대 보장된다. 이상하게도 이런 장소에서 자고 난 아침이면 그렇게 개운하고 상쾌할 수 없다. 오성급 호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개운함. 자연과 가깝기 때문일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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